결 : 거칢에 대하여 _ 홍세화
남이 당신의 몸에 함부로 범접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당신 또한 남의 몸에 함부로 범접하지 말라. 모든 사람의 몸을 존중하라. 모든 몸에는 생명과 정신이 깃들어 있다. 모든 여자와 모든 남자, 모든 어린이와 모든 학생, 모든 노인의 몸을 존중하라. 완력이 약하다고 여성, 어린이, 노인의 몸에 폭력을 가하는 것은 어떤 사연이 있는 그 자체로 야만이다. 모든 장애인의 몸을 존중하라. 모든 체육 선수들의 몸을 존중하라. 모든 성소수자와 이성애자의 몸을, 모든 노동자의 몸을,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몸을 존중하라. 모든 이주 노동자의 몸, 모든 이주여성의 몸, 모든 난민의 몸을 존중하라. 모든 재소자의 몸을 존중하라. 그리하여 모든 내 가족의 몸을, 모든 이웃의 몸을 존중하라. 이것이 자유와 인권의 출발점이며 조건인 하베아스 코르푸스(habeas corpus) 정신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나를 성자라고 불렀다. 그러나 가난을 만드는 구조를 바꿔어야 한다고 말하자, 사람들은 나를 빨갱이라고 불렀다" _ 동 에우데르 카마라 대주교,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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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이 그저 개인적인 시혜, 온정, 베풂이라는 사적 영역 안에 머물 때, 나눔의 대상이 인간적 자존감에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성찰해야 한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존중'과 관련되어 있다. 동정과 존중은 다르다. 동정은 가난한 사람들을 일시적으로 구체할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수평적인 사회적 연대를 만들어 낼 수 없다...... 개인적 선행의 한계는 가난한 사람들로 하여금 자긍심을 갖지 못하게 한다는 데 있다. 스스로 자신을 형성할 수 없고, 동정에 의존해 살아가여 하는 사람에게는 자긍심이 아니라 부끄러움이 남는다. 그래서 카마라 대주교는 청소부에게 정말 부끄럽게 여겨야 하는 것은 일하느나 거칠어지고 더러워진 손이 아니라, 사람들을 자기중심적인 태도에 머물게 하는 사회구조라고 말했던 것이다.
_ 결, 거침에 대하여 | 홍세화 (226p)
목차
서문 섬세하지 못한 글: 자유를 위해
제1부 자유, 자유인
나를 짓는 자유
나를 고결하게 지을 자유
소박한 자유인
빼앗긴 자유, 버림받은 자유
몸의 자유
“당신은 몸을 소유한다”
제2부 회의하는 자아
완성 단계에 이른 사람들
설득하기의 어려움
회의하는 자아의 일상
생각하는 사람?
생각하지 않은 생각 1: 가정
생각하지 않은 생각 2: 학교
프랑스 바칼로레아의 철학 논제
제3부 존재와 의식 사이의 함정들
농지개혁과 기본자본
‘개똥 세 개’의 가르침
공감 능력과 감정이입
상징폭력
우리는 시리아인이다!
세계화와 20 : 80
어느 정당에 표를 주어왔나요?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
대란 선동
노동, 노동자의 지위
노동의 분할
신자유주의와 ‘20’을 위한 정치
제4부 난민, 은행장 되다
난민, 왜 하필이면 한국 땅에
외교부 : 법무부
이웃에 대한 상상력
장발장은행의 탄생
준법과 위법의 경계에서
‘43,199’라는 숫자
장발장의 은촛대
사적 나눔과 공적 분배
인간의 존엄성과 보편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