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즈란?
커먼즈란 무엇인가?
프롤로그 : 커먼즈의 감각 살리기
사적 소유라는 관념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를 살아온 우리에게 소유와 무관한 것으로서의 커먼즈가 무엇인지 상상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마르크스는 1844년에 이미 "사적 소유가 우리를 너무 우둔하고 일면적으로 만들어서 우리는 대상 을 소유하고 있을 때만 (:) 그 대상이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라고 투덜댔다더군요 하지만 모든 것이 소유 관계 아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우리는 어떤 것들을 소유하지 않은 채 공통적인 것으로 경험하고 향유한 기억이 있습니다. 일테면 저는 공부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각자 책을 읽고 와서 함 께 토론합니다. 토론이 끝날 때쯤이면 언제나, 혼자 책을 읽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것들을 생각하고 또 알게 되죠. 여러 사람의 이야기 섞이며 다른 생각을 촉발하고, 다양한 생각이 부딪히고 섞이고 조율되는 외중에 어떤 공통의 감각 같은 것이 만들어집니다. 그 자리에 함께하는 친구들 모두 공통의 앎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지만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계산하거나, 만들어진 결과를 어떤 기준에 따라 분배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모두가 똑같은 지식이나 감상을 얻어가지도 않고요. 그 자리에서 만들어진 무언가는 각자에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나누어지는 한편,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향유한 어떤 공통의 경험으로서 '우리'라는 관계를 형성하는 기반이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커먼즈는 어떤 것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 가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해야 합니다. 17-18
커먼즈는 단지 우리가 잃어버린 과거의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욕망과 감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우리와 세계가 어떻게 서로를 되먹임하며 재생산하는지 볼 수 있는 인식론적 렌즈입니다.22
우리 몸은 사실 이미 커머닝을 알고 있습니다. 길고 긴 인류의 역사에서 사람들은 언제나 누군가와 무언가를 함께하고, 그를 통해 공통의 관계를 만들며 그 관계 속에 거주해왔으니까요. 커머닝은 대화할 때, 누군가와 친구가 될 때 언제나 일어나는 활동이며, 우리가 함께 사는 사회를 짓는 공통의 원리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유례없을 만큼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전 세계적 공통화(커머닝)의 과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자, 지금부터 우리 몸이 기억하고 있는 커먼즈의 감각을 조금씩 되살려볼까요! 23
1. 근대적 인식론을 통해 보는 커먼즈
소유물은 거의 없지만 하루 두세 시간의 노동으로 모든 필요를 충족하며 대부분을 여기로 보냈다는 점에서 수렵채집민은 아침부 터 저녁까지 노동하는 우리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풍요롭습니다. 그들은 필요한 자원을 어느 시기에 어느 장소에서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있었고, 결코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언젠가는 부족 해질지도 모른다는 식의 근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수렵채집민에게 살림살이의 단위는 개인이 아니었습니다. 칼 폴라니가 말하듯이 자연재해로 부족 전체가 굶어 죽을 위험에 처하지 않는 이상 한 개인이 굶어 죽을 염려는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는 '건강한 생존'이라는 구체적이고 한정된 목적을 이룰 수 있다면 충분한 것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모두 언제나 필요한 것을 갖고 있었다고 살린스는 말합니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재난을 대비하지 않으며 빈둥거리는 이들의 삶은 자주 게으름과 미개함으로 해석되어 식민주의자들의 울분을 샀지만요. 40
자본주의 이전, 혹은 외부에 존재한 커먼즈적 삶의 양식 속에서 사람들은 무수한 비인간적 존재들 과 뒤얽힌 자연의 일부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자본은 인간과 비인간을 나누는 동시에 그 모두를 상품으로 만들며 확장했고, 이는 지구를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윤 창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재료, 즉 새로운 자원과 식민지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지구온난화로 지구 대기 시스템 전체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사회적• 생태적 붕괴가 가시화되는 현재 상황은 오스트롬이 제안하는 해결책을 명백하게 초과합니다.에코페미니스트 발 플럼우드(Val Plumwood)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종이 생태계의 위기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지구와 함께 사는 새로운 방법을 상상하고 실행하지 못하고, 우리들 자신과 우리들의 고에너지, 고소비, 고도장치적 사회를 고치지 못한 탓이겠죠. (••) 우리는 다른 양식의 인류로 나아가거나 아니면 완전히 실패할 것입니다.“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