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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삶세상
미션얼✗퍼머컬처 12이르기와 기르기이 글을 한 낱말로 시작했다. 오이코노미아, 하나님의 집을 돌보는 청지기.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내내 나는 두 개의 질문을 오갔다. 미션얼은 물었다. "내가 도착하기 전, 하나님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셨는가?" 퍼머컬처는 물었다. "땅에 손을 대기 전, 이 자리에는 이미 무엇이 자라고 있는가?" 이 글의 흐름은 결국 이 두 질문의 변주였다.우리는 정답이 있다고 믿었던 시대를 지나왔다. 이르러야 할 목적지가 분명하고, 그곳에 빨리 도달하는 것이 능력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씨앗은 이르지 않는다. 씨앗은 자란다.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무너지는 것을 보며 나는 생태적 회심을 몸으로 알았고, 이듬해 대구로 이사했다. 후쿠시마에서 대구로, 내가 고른 도착이 아니라, 흔들..
미션얼✗퍼머컬처 11다음 계절의 씨앗_은민·지민에게2002년 3월 9일 은민이, 2005년 3월 5일 부산에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지민이가 태어났다. 두 아이는 내가 심은 씨앗이지만, 내가 고른 모양으로 자라지 않았다. 은민은 자전거로 세상을 배우는 사람이 되었고, 지민은 일찍 독립을 선택했다. 둘 다 내가 예상한 길이 아니었다.지민이 독립하던 날, 마을공유 스타렉스로 살림살이를 실어 날랐다. 휴가를 나온 은민도 함께 이삿짐을 옮겼다. 배나무골 마을 이웃들도 지민의 첫 출발에 격려를 보내고 힘을 보태 주었다. 독립하는 자식을 배웅하는 자리에, 나 혼자가 아니라 마을 전체가 있었다.은민은 다른 방식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나도 청소년기를 보내었지만 은민만큼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사색하지는 못했는데, 몸..
미션얼✗퍼머컬처 10길드(guild) — 각자의 모양으로 함께 자라는 이들길드(guild)라는 개념이 있다. 중세 유럽에서 상인이나 수공업자들이 상호부조와 권익 보호를 위해 결성한 조직을 말할 때 사용한다. 퍼머컬처에서 길드는 한 식물이 혼자 자라지 않고,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여럿이 함께 자라는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오래된 농법인 "세 자매 재배법"이 대표적이다. 콩이 질소를 고정하면 옥수수가 그 질소로 자라고, 호박이 넓은 잎으로 땅을 덮어 잡초를 막는다. 셋 중 누구도 서로를 대신하지 않지만, 셋이 함께일 때 밭 전체가 더 튼튼해진다. 나에게는 퍼머컬처 동료들과 와룡배움터 선생님들, 미션얼 운동가들과 일상생활사역연구소 동료들, 그리고 가족들이 그런 길드였다.금산 간디숲속마을에서 퍼머컬처 원리..
미션얼✗퍼머컬처 9나라는 미션얼✗퍼머컬처 운동가"근근이 먹고사는 것." 아버지와 어머니를 통해 배운 삶의 방식이었다. 다섯 식구가 살기 위해 아등바등 근근이 먹고 살았다. 세 자식을 공부시키고 조금 따뜻하게 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어느 날, 하나님께서 내게 되물으신다. "니가 진짜 좋아하는 일들을 위해 근근이 먹고 살 수 있나? 니가 진짜 좋아하는 일은 뭐꼬?" 나는 아직도 이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한다.그 질문을 안은 채로, 나는 미션얼 디자이너로 보냄 받은 이곳 배나무골에서 배움과 가르침을 나누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며 다시 확인한 사실이 있다. 나는 금산 간디숲속마을 질경이팀에서 설계자가 아니라 여러 참가자 중 한 사람이었다. 내가 강의하는 주강사가 아니라 배움의 사람이였다. 책과 글로만..
미션얼✗퍼머컬처 8미션얼 숲밭 — 생태·공동체·교육이라는 세 층지피층 — 삶교육, 마을교육이라는 삶의 문법숲밭의 가장 아래층은 지피층이다. 땅을 덮어 수분을 지키고 흙이 마르거나 씻겨나가지 않게 붙잡는 낮은 식물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지피층이 없으면 그 위의 모든 층이 마른다. 교육이 내게는 그런 층이었다. 와룡배움터에서 20여 년 가까이 이어온 삶교육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마을이라는 숲밭 전체를 마르지 않게 지탱해온 흙덮개였다.와룡배움터에는 배움과 놀이와 일상이 나뉘지 않는다는 교육관을 알게 모르게 학부모들과 운영위원들의 맘몸에 담고 있었다. 2013년, 나는 이 배움터에 생태교육과 놀이 몇 가지를 나누러 재능기부로 갔다. 그런데 정작 배운 사람은 나였다. 아이들과 놀며 나는 다시 배우는 법을 익..
미션얼✗퍼머컬처 7미션얼 숲밭 — 생태·공동체·교육이라는 세 층관목층 — 공동체, 자공공(自共公)으로 엮은 마을숲밭에는 교목층 아래 관목층이 있다. 큰 나무만큼 눈에 띄지 않지만, 교목층의 그늘과 지피층의 흙 사이를 이어주는 층이다. 공동체가 그렇다. 신학이라는 큰 나무와 일상이라는 땅 사이에서, 공동체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중간층으로 존재한다. 와룡배움터, 마읆뜰, 마을카페 콩닥콩닥, 함께나누는예배공동체 — 이 넷은 내게 하나의 숲밭 안에서 자란 서로 다른 관목이었다.그 넷을 하나의 문법으로 묶어준 계기가 있었다. 2016년 가을, 와룡배움터의 전환기 기획모임에서 나는 조한혜정의 책 『자공공』을 만났다. 자조, 공조, 공공. 이 세 낱말이 이후 내가 엮어간 공동체들의 문법이 되었다.공조로서의 와룡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