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오늘은 안해 한나씨가 지민을 낳은 날이다. 2005년 3월 5일 부산에서 보지 못하는 눈이 많이 온 날이였다. 그날 지민이가 태어났다.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참으로 신기해 하셨다. 생일 날 회사식당에서 미역국이 나왔다고 기뻐하는 지민, 벌써 스물한살 자기 앞가림을 하면서 의젓하게 살아가는 지민이 보니 참으로 감사하다. 특별하기보다 아주 무난하게 재미나게 성실하게 한걸음 걸어온 지민이가 참 대견스럽고 이쁘다. 이쁜 딸을 낳기 위해 열달동안 애쓴 한나씨가 참으로 귀하다. 다시 한번 생명 주심에 감사한 하루였다.
_ 지난 2달동안 비운 자리를 찾는 하루였다. 마을카페 콩닥콩닥 새로운 운영으로 매주 수요일 하루 카페지기로 함께하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의 마실, 마을카페 콩닥콩닥. 이리저리 사람들의 몸맘삶이 담겨서 운영되고 있다. 왠지 낯설었다. 여러이유로 커피를 안 마신 뒤 금단 현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마을 공간에서 하루종일 보내는 몸맘이 참으로 좋았다. 오랜만에 만난 마을 이웃들과 인사하고 여기저기 새롭게 걸어가는 마을카페 삶에 다시 적응하는 하루였다.
_ 제주살이 하면서 선물 받은 “베케 일곱 계절을 품은 아홉 정원” 책을 보았다. 젊은 날부터 제주의 자연 환경을 애지중지 하며 한땀 한땀 만들어간 자연정원지기의 삶 이야기가 다시 꿈을 꾸게했다. 나의 몸맘삶이 담겨 있는 작은 텃밭 가지는 것, 그 속에서 일어나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꿈을 보았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나는 그 공간이 나의 인생후반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삶의 공간이 되리라는 믿음, 쉽지 않지만 다시 한걸음 걸어가기로 작정해 보았다.
_ 어제 마읆뜰 401호 중학교 졸업한 도형이가 홍성에 있는 풀무농업기술고등학교 입학하는 날이였다. 가족 중에 운전하실 수 있는 사람이 없고, 마읆뜰 함께 사는 식구이기도 하고, 우리 함께나누는예배공동체 교인이라 자처해서 함께 운전하면서 함께 했다. 오랜만에 다시 찾는 풀무학교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위대한 평민 기르고 진리의 공동추구를 해나가는 학교 정신을 다시 볼 수 있는 입학식이였다. 마침 그 장소에 걸려 있는 소박한 액자 하나가 나에게 큰 도전을 주었다. 김교신 선생님이 쓰신 ‘성서조선’ 창간사 일부 글이였다. 전체 문구에서 마지막 부분을 적은 액자였는데 다음과 같다.
“ ‘성서조선’아, 너는 소위 기독교 신자보다는 조선의 혼을 가진 조선 사람에게 가라. 시골로 가라, 산골로 가라, 거기에서 나무꾼 한 사람을 위로함을 너의 사명으로 삼으라. ‘성서조선’아, 네가 만일 그처럼 인내력을 가졌거든 너의 창간 일자 이후에 출생하는 조선인을 기다려 면담하라. 서로 담론하라. 한 세기 후에 동지가 생긴들 무엇을 한탄하겠는가. ”
너의 사명이 무엇인가? 라고 묻는 답을 이미 김교신 선생님은 하고 계셨다. 다시 처음 불러주신 미션얼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는 아주 귀한 시간이였다.
_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루 삶을 무엇으로 누구를 위해 왜 살아야 하는지 묻는다. 쉽게 쉽게 살아가고 금방 지나가는 듯하나 오늘 나에게 주어진 삶이 내 가족에게는, 나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나의 몸맘을 나누어 생명의 힘을 전달 받은 사람에게는 삶의 힘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오늘도 내가 인식하든 못하든 나의 몸맘삶이 하나님께서 이 세상 가운데 당신의 복을 주시는 통로로 사용해 주셨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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