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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조선 창간사

by 에듀컬 코이노니아 2025. 3. 5.

성서조선 창간사
| 현대문 | 原  文 |    

성서조선 第 1 號 (1927年 7月)
 
    하루 아침에 명성이 세상에 자자해진 것을 알아차렸던 

바이런(George Gordon Byron)은 매우 행복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하루 저녁에 "아무리 해봐야 조선인이로구나!" 하고 

연락선 갑판을 발로 구른 자는 둔한 자였다.


    나는 학창시절에 오로지 학문에만 힘쓰면서 

"학문에는 국경이 없다" 하며 스스로 위로했었다.    

장엄한 회당 안에서 열화 같은 설교를 들을 때에도 수없이 감사했다.    

‘온 세상이 형제 동포’ 라는 말을 순진하게도 믿었다.

일본의 양심 있는 애국자 몇몇이 ‘제 2 국민’ 이었던 우리 조선인을 

가르치려고 식사도 잊고 몰두하는 것을 보면서, 

나의 계획은 원대함에 이르렀다.    

"옳은 일을 하는 데야 누가 시비를 하랴?"

과연 학문적 야심에는 국경이 보이지 않았다.    

사랑으로는 온 세상이 가슴 속에 있었다.    

이상을 실현해 보자는 나의 앞 길은 양양하기만 하였다.

그러나 이때에 들리는 한 소리는 무엇인가?    

‘아무리 그래 봐야 너는 조선인이다!’
    아!   어찌 이보다 더 많은 의미를 갖는 말이 또 있으랴?    

이 뜻을 깨우치니 모든 것이 헛되었다.    

또한 이 헛됨을 이해하니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다.    

드디어 눈빛은 빛났고 그 초점은 하나로 명확해졌다.    

우리는 감히 조선을 사랑한다고 큰소리 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조선과 나와의 관계에 대하여 겨우 ‘그 어떤 무엇’ 을 알게 되었다.    

너무 늦었다고 세상 사람들이 웃을까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나를 위하여 무엇을 하며 조선을 위하여 무엇을 꾀할까?    

오직 슬픔과 분노로 세상을 개탄하는 것만이 최선일까?!    

요즈음 우리 동포들 사이에 평소의 사상과 취향이 다르더라도 

서로 자기를 굽히고 같은 목표를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니 우리가 함께 기뻐할 바이다.    

그러나 이것은 참으로 어버이가 돌아가신 후에 효성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니, 

우리 같은 불효자들이야 두 말해서 무엇 하랴?    

상황이 기적을 행하는가 보다.


다만 아무리 같은 사랑이라도 그 표현의 방법이 서로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그 동안의 경험과 확신을 가지고 말한다.    

오늘의 조선에 줄 가장 귀한 선물은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신.구약 성서’ 한 권이라고.

    그리하여 같이 모여 걱정하고 같은 소망을 가진 어리석은 친구 대여섯 명이 

동경 시외에 있는 스기나미 마을(杉竝村)에서 처음으로 모임을 가졌고 ‘조선성서연구회’를 시작하였다.    

매주 때마다 모여서 조선을 염려하고 성서를 공부하면서 지내 온지 반 년 남짓 지났을 때, 

누군가가 그 동안 스스로 연구했던 것의 일부라도 

세상에 공개할 것을 제의하니 그 이름을 ‘성서조선’이라 하게 되었다.

그 이름이 좋은지 나쁜지, 그 시기가 적절했는지는 우리가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우리 마음의 전부를 차지하는 것은 ‘조선’이라는 두 글자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낼 제일 좋은 선물은 ‘성서’ 한 권뿐이니 

둘 중의 하나를 버릴 수 없어서 된 것이 그 이름이었다.    

소원하기는 이를 통해서 뜨거운 사랑의 순정을 전하려는 것이며, 

정성을 다한 선물을 그녀에게 드리려는 것이다.

     ‘성서조선’아, 너는 우선 이스라엘 집집으로 가라.    

소위 기성신자의 손을 거치지 말라.    

그리스도보다 사람(外人)을 예배하고, 

성서보다 예배당를 중요시하는 사람의 집에서는 

그 발의 먼지를 털지어다.

     ‘성서조선’아, 너는 소위 기독교 신자보다는 

조선의 혼을 가진 조선 사람에게 가라.    

시골로 가라, 산골로 가라, 

거기에서 나무꾼 한 사람을 위로함을 

너의 사명으로 삼으라.

     ‘성서조선’아, 네가 만일 그처럼 인내력을 가졌거든 

너의 창간 일자 이후에 출생하는 조선인을 기다려 면담하라.     

서로 담론하라.    

한 세기 후에 동지가 생긴들 무엇을 한탄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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