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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일삶구원/넉살스럽게 살기

우리는 왜 쉬지 못하는가?

by 에듀컬 코이노니아 2023. 6. 15.

 

위에 책 중에서 발췌 

 

상품이 되어선 안되는 것이 상품이 될 때

 

여행상품, 전자제품, 금방 배달되는 산지 직송 먹을거리 등으로 채워진 버킷리스트 를 다 실현하기만 하면, 소풍과도 같은 이 생을 잘 마치고 하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욕망이 커질수록, 원하는 것을 살 돈이 넉넉지 않 은 자신이 서글퍼질 수도 있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감을 찾아 나서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만족스 러운 삶을 산다는 것이 원하는 바를 구매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느냐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버킷리스트는 꿈꿀 수는 있지만 현실화하기는 힘든 것들이다. 혹은 이룰 수 있을지 몰라도 나 자신을 너무 지치게 만든다.

 

누군가에게 버킷리스트는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저 아쉬울 뿐인 것들의 목록이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의 버 킷리스트는 그 목록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들, 다시 말하자면 이미 가지고 있거나 이용하고 있어야 하는 가장 기 본적인 삶의 필요조건으로 채워져 있다. 건강한 먹을거리 와 깨끗한 물, 안전하고 편히 쉴 수 있는 집, 누구나 적절 히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에너지, 차별이 아닌 우정과 환대로 세상을 살도록 가르치는 교육, 의료와 교통 서비스, 누구나 편히 즐길 수 있는 도서관과 놀이터, 공연장, 공원, 맑은 숲, 좋은 일자리, 존엄성을  지키며 살도록 돕는 돌봄 서비스. 그리고 전쟁 없는 세상. 이것들은 버킷리스트가 아니라, 인간이 사회적으로 존엄한 삶을 누리기 위한, 그야말로 가장 자연스러운 삶을 위해 공평하게 조건 없이 마련되어야 할 기본적 목록일 뿐이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공공재'라 부른다. 공공재는 단지 사용하면 좀 더 편리하고 좀 더 안락한 것이 아니라. 사용하지 못하면 삶이 더없이 불편해지기에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다. 그래서 공공재는 어느 누가 사유화해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상품화해서는 안 되고, 국가권력이 그 목적을 일방적으로 정해버리거나 개인에게 손쉽게 매각해서도 안 된다. 공공재는 기본적으로 시민의 연합체로서의 국가가 시민을 위해 보장하는 기본적인 필수 자원 또는 영역을 말한다. 그러므로 국가공동체는 구성원들이 삶의 존엄성을 지키며 사는 데 이 공공재를 이 용할 수 있도록 바람직하게 관리해야 한다. '공공성‘이란 바로 이러한 공공재에 대한 국가와 시민사회, 시장 의 책임을 가리킨다.

 

공공재가 상품이 되고 누군가의 버킷리스트 목록에 들어가게 되면, 사람들 차별과 불평등은 점점 심해 수밖에 없다. 교육과 의료는 말한 것도 없을뿐더러,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가족의 삶은 그아말로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또한 우리는 코로나19 방역 시기에 적절한 주거 공간이 어째서 중요한지를 생생하게 경험했다. 여유 있는 이들은 안에 홈트레이닝 장비나 간이 텃밭을 마련해 지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좁은 안에서 여러 명의 가족이 함께 지낼 수밖에 없었으며 그중 명이라도 코로나19 확진이 되면 집은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반지하와 고시원 최소한의 주거 시설로 용인하는 사회의 인간 존엄성 수준은 얼마나 참담하겠는가. 주거 시설과 공간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상품으로서 철저히 이익을 추구하는 시장 논리에 맡겨질 경우, 삶은 비참해지고 언제든 나락으로 떨어질 있는 것이 된다.

 

 

다시 내가 살아가는 몸맘삶 지향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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